친구랑 예전처럼 지낼 수 있게 될지 걱정입니다.

저랑 자주 노는 친구들이 있습니다. 같이 영화도 보고, 오타쿠 콜라보 카페도 가고, 같이 게임도 하는 그런 친구들인데요.
언제 한 번 같이 만나서 밥 먹고 놀자. 라는 명목으로 제가 민수와 동수를 불렀습니다.
민수: 민지도 부르면 안 돼?
나: 왜? (민지는 일을 하지 않아 돈이 없는 상태여서 선뜻 놀자고 제안하기가 미안했던 상태.)
민수: 민지도 같이 놀면 재밌을 것 같다. 부르자.
저는 어차피 다 같은 친구니까 모여서 놀면 오히려 더 좋겠구나. 생각이 들었고,
별 생각 없이 민지한테 "밥 사줄 테니 와서 너도 같이 껴서 놀자." 라고 말하면서 모임에 민지를 불렀습니다.
그렇게 약속 당일이 되었고, 저는 모임을 만든 모임주이기 때문에 다들 잘 오고 있는지, 늦지는 않을지, 오다가 큰 문제는 안 일어났는지.
이러한 것들을 파악하기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단톡방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.
나: 다들 어디냐. 나 xx역이다.
동수: 나 곧 도착.
나: 민수야 너 어디냐.
(답이 없음)
나: 민지야 너 어디냐
(답이 없음)
동수: 야. 나 다 왔음.
나: 큰일이다. 민수랑 민지가 답장을 안 한다.
혹시라도 아직 자고 있는 건 아닌지, 요즘 세상 험한데 무슨 일이라도 당한 건 아닌지. 저는 진심으로 걱정을 했습니다.
자주 만나서 놀던 녀석들이니 알아서 오겠지? 싶었지만,그래도 두 시간이 넘도록 제대로 된 연락을 안 하는 게 저로서는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어서요.
*약속 시간 두 시간 전*
민수: 나 민지랑 같이 만나서 가고 있는 중.
뒤늦게 민수는 민지와 단 둘이 개인적으로 만나서 같이 오고 있는 중이었습니다.
둘이 만나서 같이 갈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해줘도 됐을 텐데 왜 안 했을지.
약속 장소에 도착해서 저는 다시 단톡방에서 민지와 민수를 불렀고, 둘은 또 답장하지 않았습니다. 10분을 넘게 기다렸는데도 답장이 없기에
하는 수 없이 저와 동수가 먼저 밥집에 들어가 있기로 했습니다.
하지만 알고 보니 민수와 민지는 이미 저와 동수가 10분 넘게 기다리고 있던 곳 근처에 있었다고 하더라고요?
저는 여기서 살짝 기분이 나빴습니다.
저는 약속대로 민지의 밥을 사주었고, 동수는 카페에서 민지의 음료를 사주었습니다.
다 같이 노는 자리에서 틈만 나면 둘이 붙어서 개인 행동하려는 모습이 계속 보였지만,
노는 자리에서 속상해 하는 티를 낼 수도 없었던 지라 저는 그냥 즐겁게 놀려고 노력했습니다.
근데 그렇게 헤어지고 나서 토요일에 (약속 날짜는 수요일)
동수: 민수랑 민지랑 사귄데.
나:?
동수: 게임 부대 챗 (동수와 민수는 같은 게임 부대. 나는 아님)에다가 민지랑 사귀는 사이라고 선전포고 하던데.
알고 보니 민수와 민지는 사귀는 사이였고, 저는 그날 모임에서 남의 여자친구의 밥값을 대준 사람이 되고 만 것입니다.
그래서 저는 그 사실을 알게 되자마자 민수에게 화를 냈습니다. 왜 둘이 사귄다고 말 안 했냐. 왜 둘이 만나서 같이 온다고 말 안 해서 걱정시키냐. 왜 내가 불렀는데도 약속 장소에 있었으면서 대답 안 했냐. 내가 밥 사주겠다고 민지 데려온 건 맞는데, 남의 여자친구 밥값을 남이 내게 만드는 네 행동이 도의적으로 옳냐. 왜 나한테 말 안 하고 부대 채팅에다가 말하냐. 내가 네 연애에 간섭한 적이 있냐. 내가 네 인생에 방해 놓은 적이 단 한번이라도 있었냐. 내가 맨날 네 여사친 이야기 들어주면서 공감해준 거 생각 안 나냐. 날 뭐로 본 거냐.
하지만 돌아온 대답은,
민수: 나 민지랑 토요일부터 사귀기로 한 거다. 수요일에는 민지랑 사귀는 사이가 아니었다. 나도 민지랑 어떤 사인지 긴가민가 하던 찰나에 민지가 먼저 나한테 고백해서 그때 사귀게 된 거다. 정말 오해다.
입니다...
저는 지쳐서 아예 민수와 연락을 끊어버린 상태고,
동수도 "나도 민수 민지 눈치 보느라 참 힘들었다." 라며 당분간 모임에 참가하지 않겠음을 밝혔습니다.
어쩌면 내가 오해한 부분이 있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에 먼저 가서 내가 대뜸 화내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려 했지만
운 나쁘게 돌아온 건 변명뿐이라 다시 저는 민수의 연락을 씹어버리게 됐습니다.
그래도 친구였는데 예전처럼 지내고 싶긴하지만, 글렀겠죠 ㅠㅠ